-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단순 환경 규제를 넘어 새로운 무역 규범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적용 품목은 2028년부터 기계류·전자기기 등 하공정 제품으로 확대돼 제조업 전반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 박경식 CEL 관세사무소 관세사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5회 서울파이낸스 에너지·탄소 포럼에서 CBAM 시행에 따른 실무적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CBAM이 탄소 누출 방지라는 환경적 목적과 EU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규제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고 분석했다.
- 박 관세사는 CBAM이 WTO 규정과의 정합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기업이 선제적인 통관 및 인증 절차 수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적 전에는 대상 품목 여부 확인과 배출량 산정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선적 후에는 배출량 데이터 전달과 관련 증빙 자료 보관 등 사후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 가장 주목할 변화는 규제 대상 확대다. 현재 철강·알루미늄 등 6대 기초 소재 중심인 적용 품목은 2028년 1월부터 기계류, 전자기기, 수송기계 등 하공정 제품으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CN 코드 기준으로는 현재 41개에서 129개까지 늘어난다.
- 박 관세사는 "신규 추가 예정 상품의 94%가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산업용 상품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CBAM의 영향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유기화학 품목은 산정 복잡성을 이유로 현재 제외돼 있으나 향후 편입 가능성이 있고, 구리 또한 추가 편입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설명이다.
- EU 역내 산업에 제공되던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량도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34년에는 완전 폐지된다. 이에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증서 구매 비용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데이터 신뢰성 확보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박 관세사는 정확한 내재 배출량(SEE)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EU가 설정한 기본값을 적용받을 경우, 실제보다 과다한 인증서를 구매하게 돼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품목에서는 기본값 적용이 오히려 유리한 경우도 있어, 액추얼 데이터와 기본값을 모두 적용해 비교하는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외에도 박 관세사는 인증서 가격이 EU 배출권거래제(ETS) 변동에 직접 노출되는 만큼 환율 외에 별도의 헤징 전략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2028년과 부담이 본격화되는 2031년까지 기업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저탄소 설비 전환과 전방위적인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