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1000조원 규모의 재정·기후금융을 지원해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에 나선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기차·배터리 등 녹색산업을 키워 경제성장과 수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사진)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 시내 회의장에서 열린 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환경과 성장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실질적 해법이 되도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녹색대전환 비전을 정부 전략과 기업 투자로 구체화한 자리다. 이 대통령은 탄소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핵심 녹색기술을 먼저 확보해 미래 녹색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녹색시장의 추격자가 아닌 설계자,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재정 200조원과 산업은행 등 5대 정책금융기관의 기후금융 79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후대응기금은 올해 2조6000억원에서 내년 7조6000억원으로 늘리고, 2028년에는녹색국채도 처음 발행한다.
금융은 지방과 중소·중견기업에 무게를 둔다. 정책금융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한다. 태양광·풍력·배터리 등에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다.
산업 전환의 중심은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다배출 업종이다. 철강은 수소환원제철, 석유화학은 전기로 가동하는 나프타분해시설 등 탈탄소 공정 개발에 나선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온실효과가 낮은 공정가스로 바꾸는 기술을 확보한다. 정유는 지속가능항공유 등 친환경 연료 생산을 늘리고, 시멘트는 혼합시멘트 비중을 현재 16%에서 2035년 40%로 높인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풍력·SMR·수소 등 국가대표 10대 녹색산업도 키운다. 기술개발부터 실증·상용화, 국내 생산까지 지원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년, 차세대 태양전지는 2028년 상용화를 추진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도 지원한다. 향후 4년간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 200곳을 선정해 기업당 최대 100억원을 지원한다. 사업화·해외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민간에서는 약 220조원 규모의 K-GX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화큐셀은 차세대 태양전지 국산화,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탈탄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거공간의 녹색전환을 이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전환을 "국가의 쌍둥이 전략"으로 꼽았다. 기술·시장·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장기 투자 위험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는 "규제는 기업을 기준선까지 데려갈 수 있지만 기준선을 넘어가는 힘은 보상에서 나온다"며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